주택가에 살던 어린시절에 謹弔 또는 謹吊라고 적힌 누런빛을 발하는 등이 이웃집 대문에 앞에 걸린 것을 본 기억이 난다. 지금과 달리 밤은 어두웠고, 길을 비추는 빛만이 전부였던 고요한 골목에 밝혀진 조등. 무지한 나이였지만, 조등이 전달하는 엄숙함만으로 좋지 않은 일이 이웃에 생겼다는 사실을 직감할 수 있었다. 아이가 태어나 금줄을 대문에 거는 것을 보고 경험한 세대는 아니지만, 상을 치루는 집앞에 조등을 건 모습들은 기억한다. 집에서 태어나 집에서 생을 마감하던 시간은 사라지고, 병원에서 태어나 병원에서 생을 정리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