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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미 회화展

Dunpeel 2013. 5. 5. 20:16

2004-06-05 10:44:27, Hit : 1205

 

신영미 회화展 | 3.5~3.26 | 아트스페이스 휴


 

신영미 판넬에 아크릴 채색 180×120cm 2003



지난해 8월 청담동 엔프라니 애비뉴에서 열린 「집속의 성」展 홍보자료에서 시선을 사로잡는 그림이 있었다. 바로 신영미의 작품이었다. 그림에 등장하는 독특한 캐릭터와 몽환적 분위기는 잊기 힘든 강한 마력을 지니고 있었고, 그 인상은 그 후로도 오랫동안 잊히지 않았다.
신영미의 작품은 거울을 연상시키는 틀 안에 분홍빛과 보랏빛 배경 속에서 펼쳐진다. 외부에선 단지 바라볼 수 만 있을 뿐, 순수한 상상을 흩트리지 못하는 거울 속 세상을 무대로 삼고 있다.
작가는 자신이 만든 영역 안에 소녀와 양을 등장시킨다. 소녀와 양은 꿈의 세계에 만든 작가의 분신이다. 신영미의 작품 중 옷장을 그린 그림을 보면 여럿의 소녀와 양이 옷걸이에 걸려있다. 아마도 작가가 일일이 배역을 주는 꿈의 세계의 주역들일 것이다.
소녀는 양과 함께 꿈의 세계에서 다양한 상상을 실현시켜 나간다. 소품들과 동물들을 만들어 자신을 표현하기도 하고, 현실에선 하지 못하는 상상을 그려나가기도 한다. 때론, 현실 세상에 서 있는 관람객을 당당하면서도 안정적인 무표정으로 빤히 바라본다. 어찌 보면 재미있을 수도 있지만, 소녀 혹은 양과 눈이 마주친 상황에 대처하면 도시의 때가 잔뜩 묻은 채, 온몸을 가리고 숨을 헐떡이는 스스로가 한없이 부끄럽고, 잡히지 않는 저 편 세상에 함께 하고픈 부러움이 자라난다.

하지만 그토록 당당한 표정을 지닌 소녀 역시도 조금은 현실을 의식하고 있는 듯하다. 국부를 가린 속옷과 발이 아프지 않으면서도 조금은 다리가 길어 보이는 높은 구두를 신고 있다. 이런 작은 것 또한 신영미의 그림을 쉽게 잊지 못하게 만드는 인상적인 요소들이다. 작품의 매력에 빠져 전시의 중반을 넘어가면서 작가를 한번쯤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은 저 편 세상의 강한 유혹으로 만들어진 시기심을 작가와의 만남을 통해 어느 정도 달래보고 싶었기 때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