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중에 소개팅 or 미팅과 같은 자리에 나가, 자기 이름도 말하기 귀찮다는 듯이 아무 말 없이 술잔만을 비우던 녀석이 있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언제나 이런 만남의 불성실한 녀석에게 관심을 보이는 여인네가 꼭 있었다. 당시 어린마음에 난 녀석을 따라해 보기로 했다. 한명씩 자기소개를 하면서 내 차례가 왔다. 하지만 난 무관심과 불성실로 일관하기로 마음먹은 것.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 소개팅 주선자가 자기소개를 하지 않은 채 메뉴판 만을 보고 있는 나에 당황했는지, 어색함이 짙어질 무렵 내 대신 나의 소개를 해주었다. "휴~" 이렇게 침묵으로 일관된 나의 소개팅은 계속되었다.
그리고 다음날, 한명쯤은 나에게 관심을 보일 것이라 굳게 믿고, 소개팅 주선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Dunpeel : "어 나야 Dunpeel, 어제 집에 잘 갔냐?" 팅주선자 : "어, 근데 너 어제 왜 그렇게 싸가지가 없냐? 별로 맘에 안들었냐?" Dunpeel : "그렇게 보였냐?" 팅주선자 : "당연 빠따지, 여자애들이 너 졸라 재수없데"
이후로 나는 다시 평소처럼 열심히 땀흘리며 미팅에 임하게 되었다. 그녀석과 나는 포장이 달랐던 것이다.
침묵의 판매원 - "포장 (Package Design)" 본래 포장은 상품의 파손과 오손을 막고 운반, 보관, 소비의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서 고안된 것이었으나, 오늘날에 이르러, 소비자의 시각을 사로잡아 여타의 상품들 속에서도 굴하지 않는 경쟁력 강화 아이템으로 급발전해 나가고 있어요. 이에 포장 본연의 기능성에 충실하며서도, 소비자의 욕구를 끌어당기는 몇몇 포장디자인을 소개해 볼게요.
산사춘(배상면 주가)의 재미있는 도자기 패키징 "퍽도자기". 술병의 겉을 도자기로 완전 밀봉하여 판매하고, 술을 마실 때에는 동봉된 망치로 '퍽도자기'를 깬 후 진짜 술병을 개봉하게 되어 있다. 밀폐된 도자기는 술의 향을 지켜주고, 숙성환경을 만들어 준다. 배상면주가의 도자기 패키징 제품은 선물용으로 많이 팔리는데, 집안에 모셔두다가 함께 마실 정든 이들이 찾아 왔을때 꺼내어, 짜릿한 도자기 깨기의 즐거움을 맛봄과 동시에 자신의 마음 속 정을 보여 줄 수도 있다.
인스턴트 농구공. 사발면 케이스가 가지고 있는 일회용 이미지, 그안에 보다 부피가 큰 농구공이 들어간다. 간단하게 야유지에서 놀 수 있는 일회용 농구공 제품이다. 폭소스러운 재치있는 아이디어가 재미있다.
2000년 "London: Tokyo Jam"이라는 전시회를 통해 처음 선보인 Hussein Charayan의 airmail dress. 에어메일 봉투는 극히 평범해 보이지만, 봉투를 열어보면 드레스로 변신되는 놀라움을 감추고 있다. 물론, 이 Tyvek 에어메일 드레스에 편지도 담을 수 있다. 즉, 모호한, 편지 보내는 사람의 생각을 콘크리트한 문자로 표현을 하고, 받는 사람은 보내는 사람의 생각을 입을 수(?) 있는 것이다. 결국, 몸 자체가 표현의 툴이 되는 것이다. --> 생각을 입는다.... (image & text : 몬스터디자인 운영자 임상연)
올해 초, 선풍적인 열기속에 출시되어 소비자의 기나긴 기다림 끝에 손에 쥘 수 있었던 아이팟 미니의 패키징. 애플의 아이팟은 기술과 기능, 소비자의 요구에 맞춰 조심스레 변화된 제품을 매년 선보이고 있다. 아이팟 미니의 패키징 역시 계속되는 아이팟 시리즈 패키징에서 크게 변화하지는 않고 있다. 아이팟 패키징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내부의 제품을 보다 감동받으며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독특한 개봉법에 맞춰 박스를 열면, 긴장감을 조성하는 제품 메뉴얼을 만날게 되고, 그것을 살짝 뒤집으는 순간, 기다린 고객을 실망시키지 않는 만족스런 애장품이 공개된다. 내부의 프레임 역할을 하는 포장은 재활용 수지로 되어있다. 내부 포장재질로 재활용 수지를 활용하는 것은 현재 추세이다.
DVD 싱글형 기본 케이스. 기자 생활을 할 때, DVD 케이스를 활용한 전시자료를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 적이있다. DVD케이스는 작은 공간안에 이미지자료와 작품 소개문을 보다 안전하고 깔끔하게 넣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인쇄되어 제본된 도록은 수납하거나 자료를 찾는데 있어 비효율적이다. 각기 제각각인 크기도 그렇고, 얇은 책등(세네카)을 보고 자료를 찾는다는 것은 상당힌 곤욕스런 일이다. 작가 입장에서도 DVD 케이스로 전시자료를 만들면, 후에 이것을 모아, 세트로 만들수도 있다는 장점이 있다. 용산에 가면, 중국산 DVD 케이스를 상당한 저가에 구입 할 수 있다.
이곳에 소개된 포장은 모두 현재 이전에 이미 선보인 디자인이죠. 그렇기에 앞으로 포장을 해야 할일이 있다면, 현재 이상의 디자인을 넘어서야 해요. 어휴( - -;) 알맹이 만큼이나, 포장도 만만치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