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면적 틀안에 입체적 모형 킷의 형태로 담긴 "권재홍"의 작업은 선보이는 족족 관람객의 많은 관심을 받는다. 그러한 반면 "권재홍"은 알려지는 작가는 아니다. 대중에게 관심받는 작가임은 분명하나, 거미줄의 중심에 서서 알려진 작가가 아니다. 그는 오직 작품을 통해 맨투맨으로 알려진 작가다.
그는 현시대의 사회적 문제를 주제로 삼아 발전적인 자신의 작업을 꾸준히 해나가고 있다. 관객은 킷에 매달린 익살스러운 모형들을 각기 연결시키면서 작가의 전달 메시지 이상의 해학적 즐거움을 누리게 된다. 이에 그가 참여한 전시를 본 관객들은 그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할지라도, 그의 작업은 잊지 않는다.
그의 작업을 처음 만나던 날, 입가엔 미소가 머릿속에 "갖고 싶다"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전시를 보면서 "갖고 싶다"는 생각은 별로 해본 경험이 없던 나였다. 이후 난 주변인들에게 작가 권재홍에 대해 물어보았는데, 당시 난 그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고, 오직 작업만 기억하고 있었다. 마치 콘서트에 초청된 오프닝 가수가 메인가수보다 더욱 기억에 남듯. 집에 돌아오는 길에 난 그의 작업을 흥얼거리고 있었다.
이름은 알지 못했지만, "어찌 어떤 작업" 이라 물어만 보면 3명중 1명은 그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것과 같이 모두가 그의 작업에 대해 긍정적으로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그의 꾸준한 활동과 인지도에 비해, 그의 작업은 그 흔한 전시리뷰 하나 보기 힘들었다. 알려져서 알게 되어 찾아가 보게된 작가가 아닌, 찾아가 보고 알게되어 알려지는 작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