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스콧 버거슨(J. Scott Burgeson·39·사진)씨는 미국 버클리 대학을 나와서 만 10년째 서울 종로의 한 여관에 살며 한국에 대한 책과 잡지를 내는 문화 비평가다. 최근 그가 펴낸 새 책 ‘대한민국 사용후기(使用後記)’(갤리온 출간) 표지엔 “고집스럽게 대한민국을 사랑하시는 분들은 절대로 이 책을 읽지 마십시오”라는 경고문이 찍혀있다. 쓴 소리를 할 때도 애정이 뚝뚝 묻어나던 전작 ‘맥시멈 코리아’(99년), ‘발칙한 한국학’(2002년)에 비하면 그는 확실히 신랄해졌다.
16일 서울 안국동에서 만난 버거슨씨는 베트남 국수를 삼키며 “도대체 왜 남의 개인사(個人事)를 자꾸 묻느냐”며 볼멘 소리를 했다. 책에서 그는 일본 정치인들의 독도 망언에 흥분하는 한국 반일 시위대에게 “정말 독도 문제를 해결하고 싶으면 손가락을 자르거나 일장기를 불태우는 대신 당신네 정치 지도자에게 국제 재판소에 가서 그 문제를 해결하라고 하라”고 쏘아붙이는 식이다(72쪽).
“늘 생각해온 내용이에요. 예전엔 한국인 여자친구가 ‘이상한 남자랑 사귄다’는 소리를 들을까봐 말을 조심했죠. 이젠 그런 데 신경을 안 쓰게 된 것뿐이에요.”
책에서 버거슨씨가 가장 흥분하는 대목은 한국인의 민족주의와 강북 재개발이다. 한국인들이 탈북자에겐 도도하게 굴면서, 다른 나라 대표팀과 축구 시합이 벌어지면 ‘한민족’의 수호자나 된 듯 흥분하고, 심판이 편파 판정을 했다며 해외 스포츠 단체의 인터넷 사이트를 마비시키는 모습에서 그는 ‘천박한 민족주의’ 혹은 ‘부족(部族) 독재(dictatorship of tribe)’를 읽는다(63~71쪽). “가회동이나 삼청동 같은 곳에 ‘한옥촌’이니 ‘문화촌’이니 하는, 이름만 번지르르한 시범 동네를 만들어놓고 도시의 나머지 95%가 콘크리트와 유리와 쇠붙이로 떡칠이 된, 차갑고 추한 쓰레기장으로 변모하는 현실은 철저히 외면한다”고도 썼다(40쪽).
“의도적으로 도발적으로 썼냐”고 묻자 그는 “내가 종로에만 10년 살았는데, 우리 동네(my neighborhood) 돌아가는 모양에 대해 한마디 하지 말란 법 있냐”고 되물었다.
“한국, 잘못 가고 있어요. 도쿄에서도 재건축합니다. 그래도 최소한 새 건물을 멋지게 지어요. 도시 미관이야 어떻게 되든 자기 맘대로 흉측한 건물 지어 올리는 개발업자들을 보면 한국인은 ‘공공 영역’에 대해 아무 개념도 배려도 없다는 생각이 들어 화가 나죠. 한국인은 일만 열심히 하면 그걸로 땡이에요.”
여자 친구와도 “얼굴에 신발 자국을 내며 헤어졌다”고 독설을 멈추지 않는 그는 “내가 묵는 여관 옆에서 한 종교 기관이 새벽 4시만 되면 대형 스피커를 켜 당최 집중을 할 수 없었다”는 불만도 말했다. 그는 직장의 전세 지원제도와, 전셋값 폭등에도 할 얘기가 많았다. 버거슨 씨는 홍익대에 영어강사로 출강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