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동 삼류극장.

2017. 10. 23. 22:00blog/note

그랜드백화점이던 시절, 

정확한 위치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대략 도곡사거리와 은마아파트사거리에 두군데에 위치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극장 두군데중 한 곳의 이름은 '대치극장' 이었던 것 같습니다.

매주 상영영화가 바뀌기 때문에, 골목골목의 벽에 빼곡히 영화홍보지가 붙었던 게 기억나네요.


두편에서 세편까지 동시상영 하였고, 입장금액이 1500~2000원 사이. 

들어가면 목욕탕입구처럼 작은 창구에서 돈을 받습니다.

미성년자는 들어가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세편중에 한편이 청소년 입장가능이라면 들어갈 수 있었고, 교복만 아니라면 뻔히 미성년 학생임을 알면서도 들어가게 해주었던 것 같습니다.


일단 입장을 하면 라면이나 군것질 거리를 파는 매대가 있고,

중앙 앞쪽에 홍콩영화와 같은 것을 계속 틀어주는 TV.

벽쪽 선반에는 유행지난 만화책들이 있어, 중앙홀에서 만화책을 보며 시간때우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일단 입장을 하면 하루종일 이곳에 있을 수 있었기 때문에, 똑같은 영화를 3~4회 정도는 보고 나왔던 것 같습니다.

가장 인상깊게 본 영화는 '로보캅'.


당신 흡연은 너무나 당연시된 문화였기 때문에, 

홀은 물론이고, 극장 내부에서도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대부분 이었습니다.

담배를 안피우는 사람이 이곳에 들어오는 것도 보기 힘든 경우 같습니다.

여름이면 거대한 공장 에어컨과 환풍기가 들어가 지금은 참지 못할 소음이였겠지만, 

당시에는 학생의 신분으로 담배를 피우며 영화감상을 하기에 최적의 장소였습니다.

물론 까진 남녀의 기묘한 애정행각이나, 맨뒷자리에 홀로 앉아 성인영화를 보는 수상한 아저씨들도 많았고요.

제 기억에 당시 여성 혼자 들어가 영화를 보기에는 위험한 공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후 영상저작권에 대한 법률이 강화되고, 뤼미에르나 계몽문화센터 등의 제대로된 지역 극장이 생기면서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흔히 삼류극장이라 불리었던 동시상영극장.

갑자기 떠오른 기억에 메모를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