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 사는 누군가가 문득 생각했다. "인간의 수가 절반으로 준다면 얼마나 많은 숲이 살아남을까..."
지구에 사는 누군가가 문득 생각했다. "인간이 100분의 1로 줄어든다면 인간이 만들어내는 유해물질도 100분의 1로 줄어들까..."
지구에 사는 누군가가 문득 생각했다. "모든 생물의 미래를 지켜야 한다." - 기생수 1권 에서
90년대 후반, 학산문화사에서 어설프게 편집된 만화방용 제작된 10권이 국내에 선보였다. 이후, 기대 이상의 국내팬의 반응에 의해 8권으로 된 무삭제 애장판이 국내에 정식 출간되었다.
Iwaaki Hitoshi 의 "기생수"는 중학교를 졸업하는 학생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추천도서이다. 이 만화책을 통해 보다 생산적인 갈등과 고민에 빠져보길 바라기 때문이다.
나의 중고등학교 시절에 아직 국내판이 나오지 않은 것이 매우 아쉽다. 좀더 빨리 만났다면 보다 성실한 인간으로의 삶을 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군대를 제대한 후, 스타의 열병에서 헤어나와 만화가게에서 담배한대 필 수 있는 여유가 생길무렵 보게 되었다.
만화가게 가득한 신간을 바라보는 즐거움.^^; 그 기쁨 속에서 "기생수"는 쉽게 손이 가지 않는 작품이었다. 특히 내가 군입대전이었다면 절대 보지 않았을 것이다. 왜냐면 군 제대후에야 난 미스테리한 만화에 열광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리 맘에 들지 않는 그림속에 즐비하게 등장하는 살육의 현장이 빠르게 내 두손위에서 스쳐지나간다. 평소라면 보류하며 한편에 밀어 놓았겠지만, 당시 나에겐 남는게 돈과 시간이었다. (가장 흐믓 했을 때였던가! ㅠㅠ)
별 기대 없이 1권을 보다, 이거 물건이다 하는 직감이 빡하고 왔다. 완결권까지 나오는데 2-3달 정도 시간이 걸린 것 같다. 이후 난 기생수를 통해 느낀 '자연에 있어서의 인간의 오류'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대학 4학년 때, 급하게 쓴 시나리오 "슈퍼 스페이스 환타지(원제:사랑의 유람선)" 가 있는데, 이는 "로미오와 쥴리엣을 누가 죽였나?"라는 아이큐문제를 스토리 전개의 뼈대로 삼고, 기생수를 통해 본 인간의 문제점을 주제로 한 것이다.
그런데 이 만화책 생각보다 상당히 잔인하다 여겨지는 장면들이 많다. 난 군대에서 시체사진찍는 일을 부업으로 해서, 잔인한 것에 대해 굉장히 무감각 하기에 어디까지가 잔인한 것인지 기준을 잡기가 애매하지만, 잘려나간 살과 피가 난무하기에 잔인하다 한다. 잔인한 것에 적응한 사람이나, 천성이 잔인한 것을 즐길줄 아는 사람이라면 별 문제 없겠지만, 만약 관자놀이에 통증이 오며, 피하는 방법을 찾게 되는 이라면 8권짜리 애장판이 아닌, 10권짜리 편집판을 보기 바란다. 장인한 장면을 상상하면서 피해 가는 것이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징그러운 살육의 현장을 꾹참고 애장판을 봤으면 좋겠다. 마치 하나의 고깃덩어리와 같이 인간을 비유하기 위함이기에.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기생수를 권하자. 미래의 새싹들이 조금은 자연에게 겸손해 질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