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의 작은 숲이 봉은사입니다. 숲위에 오른 건물이 경기고등하교, 숲아래 펼쳐진 것인 코엑스입니다. 봉은사는 지금과 같이 나무가 많지 않습니다. 절에서 만든 건물이나 구조물이 많아졌기 때문입낟. 불교를 믿거나 봉은사를 다니는 분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저는 봉은사를 쓰레기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과 같은 모양새를 만드는 더러운 과정은 직접 목격했기 때문이죠. 스님들이 도끼를 들고 가스통에 불을 붙이고 서로 싸우는 모습을요.)
어느정도 코엑스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생활속에서 KOEX 에서 COEX로 변화하는 과정을 경험하며 성장했습니다.
강남이 고향인 사람들은 공감하겠지만, 과거와 현재를 비교할때 강남만큼 많이 변한 것 같으면서도 변하지 않은 곳이 없습니다.
초등학교 이전에는 해바라기가 많았습니다.
지금은 상상할 수 없지만 해바라기 씨를 발라먹고, 어망을 들고 물고기를 잡으로 다녔습니다.
겨울에 빈 논밭에 물을 채워 스케이트도 탔고요.
강남 한복판에 서커스장도 있어서 코끼리도 볼 수 있었습니다.
맥도날드 1호점 오픈의 현장에 있었고요.
신사역은 유흥가여서 미성년자는 출입을 통제했습니다.
한양쇼핑센터(현 갤러리아 백화점)과 터미널 상가에서 다양한 일본 만화잡지와 상품을 구매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기억만 보면 아주 옛날 사람같지만, 그리 먼 과거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런 유년시절에 친구들과 삼성동 무역센터장에 자주 놀러갔습니다.
당시 대치동에서 살았는데 지금은 매우가깝게 느껴지지만, 당시에는 작심하고 도시락 싸들고 떠나는 여행이었습니다.
아마 입장료가 500원이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과 같은 빌딩안의 볼거리와 팔거리 가득한 무역센터장이 아닌,
흙마당 위에 여러 기업들이 텐트와 같은 비상설구조물을 설치한 박람회장이었습니다.
여러가지를 보고 경험하며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현재의 코엑스(COEX)가 건설되어가는 현장을 보면서 과거의 코엑스(KOEX)가 사라지는 것을 아쉬운 마음에 멍하니 오랫동안 바라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처럼 콘텐츠가 빠르게 변하지도 않았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콘텐츠가 럭키에서 보여준 3D 영상이었습니다. 엄청난 충격이었죠.
날아오는 돌덩이를 피하기위해 (기술에 순순했던 시간의) 아이들이 비명을 지르던 것이 기억납니다.
콘텐츠가 변하지 않아도 엄마에게 용돈을 받아 이곳을 자주 갔던 이유는 기념품 때문이었습니다.
500원을 내고 들어가면 이곳저곳에서 학용품과 도시락통 수저등의 생활용품을 기념품으로 주었습니다.
특히 코팅지의 전단물을 모으는 것도 중요했습니다.
당시에는 코팅지가 흔하지 않아서, 코엑스 전단지로 만든 딱지는 매우 특별했습니다.
제 기억에 가장 인기있던 공간이 럭키(현 LG)와 국제상사였습니다. (이유는 기념품이 너무 좋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KOEX는 사라지고 COEX가 시작되었습니다.
경기고등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COEX를 자주 방문했습니다.
지금처럼 높은 임대비에 높은 가격의 제품을 판매하는 곳이 아니었습니다.
호숫길의 식당가에서 친구들과 밥을 자주 사먹고,
지하철역과 통하는 작은 광장에 위치한 웬디스버거점은 미팅을 위한 만남의 장소로 자주 애용했습니다.
꽤나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판매하는 다양한 브랜드가 많았습니다.
코엑스는 사람이 많다. 코엑스는 심심하지 않다. 코엑스는 돈쓸곳이 많다.
뭔가 생활과 밀접한 소비지역이었습니다.
이러한 시간이 지속되면서 조금씩 조금씩 코엑스는 고급화되어갔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사람은 많았습니다.
마치 명동과 같이 유명브랜드가 코엑스에 입점하였습니다.
그리고 아셈하비도 입점하였습니다.
생활영역이라 할 수 있는 곳에 위치한 유일한 프라판매점이었습니다.
사지 않아도 지나가는 길에 꼭 한번 들리는 곳이었습니다.
안경을 쓴 직원분도 오랫동안 이곳에서 일하고 있죠.
조금 퉁명스러운 표정이지만(프라모델 전문샵에 어울리는 느낌의), 저는 이 분은 좋아합니다.
다른 프라점에 비해 전문성이라는 것이 있는, 질문에 대해 좋은 답을 주는 전문성이 있는 직원분입니다.
그리고 현재.
꽤 긴시간의 내외부 리모델링공사가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공사의 과정도 마음에 들지 않고, 결과물도 형편없다고 생각합니다.
무슨 병원같습니다.
특색없는 획일화된 공간속에서 정신적인 불안감마저 느낍니다.
예전에 어설픈 자연의 형상을 모티브로 한 공간구획연출이 그립습니다.
사람도 없고, 활기도 없고, 가격은 높습니다.
확실히 이 공간안에서 오래있는 것은 나에게 (건강에)좋지 않다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낍니다.
어제.
약속이 있어 오랜만에 코엑스에 갔습니다.
빠른 약속미팅을 끝내고, 아셈하비로 향합니다.
익숙하지 않은 길이 너무나 길게 느껴집니다.
새로운 동선에 혼란을 격어 안내원에게 아셈하비의 위치를 물었습니다.
비단 동선이 궁금해 안내원에게 물어본 것은 아니었습니다.
내가 알던 그 위치에 아셈하비가 있는지, 내가 알던 아셈하비가 아직도 운영을 하는지가 궁금했습니다.
다행히 아직도 있었습니다.
이런저런 제품을 구경하고,
타임머신을 타고 도착한듯한 건담 택틱스를 개당 2천원이라는 가격에 구매했습니다.
알고 있던 직원분이 아직도 계서서 좋았습니다.
코엑스 건담베이스는 가지 않았습니다.
오픈할때 한번 가본 경험이 있고, 가서 봐야할 제품이 없기 때문입니다.
예상할 수 있는 제품들이 즐비하게 쌓여있을 뿐 특별한 것이 없습니다.
생각해도,
코엑스에 건담베이스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그 비싼 임대료를 내고 코엑스에 입점할 이유가 없습니다.
명동에 입점한 기업들이 매달 적자를 보면서도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는 것과는 다른 문제입니다.
예전과 달리 코엑스에는 사람도 없고, 변두리에 위치한 건담베이스에는 특히 사람이 없습니다.
또한 이미 강남역에 건담베이스가 위치했음에도 불구하고, 지하철역 3개 거리에 또하나의 대형매장을 차리는 것은 어떤 상식인지 ...
결정권을 가진 이의 지능문제인지? 허세 문제인지?...
깊이있게 분야별 접근성을 따져 분석하지 않아도, 현재의 코엑스와 같이 몰락의 수에 동참했다고 밖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코엑스에는 아셈하비와 같은 약 30스퀘어미터의 프라판매점으로 충분했습니다.
몇해전부터 느낀거지만,
코엑스에는 내국인보다 외국인이 많아 보입니다.
아셈하비에서 내국인 손님보다는 외국인이 많아 보이고요.
마치 거대한 면세점과 같이...
살거리&볼거리 없는 하얀 거품안에 외국인을 채워넣겠다는 계산인건지...
(피곤해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