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인척, 리얼인척, xx 하는척...
안티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현재의 무한도전에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안티겠죠.
하지만 그냥 이글을 쓰는 동안은 특별한 감정이 없습니다. 싫지도 좋지도 않은.
당연하듯 1회부터 현재까지 꾸준히,
당연하듯 1회부터 현재까지 수차례 반복하며 무한도전과 함께 해온 시청자 1人 입니다.
예전 무한도전 이대로 괜찮은가? 라는 자가진단에서도 나왔듯,
언젠부턴가는 그냥 봐왔기때문에 봐야하는, 특별한 재미가 없어도 늘 해왔으니까 해야하는 습관과 같은 시청프로그램이 되었습니다.
아마도 애정을 갖고 바라보던 무한도전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게 되는 것은,
습관과 같은 시청속에서도 재미있어주기를 바라는 기대를 가졌고, 이에 대한 부족한 피드백에 혼자만의 실망이 부정적 시각을 키운 것이 아닌가 합니다.
절교를 앞두고,
더 이상 팬이 아닌 입장에서 무한도전에 대한 몇가지 문제점(생각)을 남깁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며,
아이를 키우는 부모가 유아기의 자식의 모습만을 기억하며 한결같은 모습으로의 성장을 기대하다 실망하는 것과 같은 본인 스스로의 오류도 있을 수 있습니다.
1.
초심과 정체성의 혼돈.
무한도전(유재석)이 방송내내 지속적으로 강조하며 파이팅을 요구할때 '초심을 잃지 말자'라는 말을 합니다.
무한도전에 '초심' 을 물었을 때, 자주 나오는 말이 무한도전의 네이밍에 대한 정체성 강조입니다.
이 프로그램이 다른 예능프로그램과의 차별화된 부분이자 특징인데,
무한도전은 성공한 리얼버라이어티로 말하기 보다는 정체성을 브랜드화로 발전시킨 예능프로그램입니다.
이러한 배경에서 지속적으로 초심을 무한도전의 정체성으로 강조하는데,
초심과 정체성은 별개의 것이고, 초심은 초심일 뿐입니다.
멤버 개개인이나 제작자의 입장에서의 다양한 변화는 초심은 기억하고 있는 것일뿐, 현재의 배경에서 과거의 초심을 가질 수는 없습니다.
다만 초심인척 연기를 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문제는 바로 초심인척 연기하는 멤버들의 모습이 과거방송과 극명하게 비교되어 전달된다는 것입니다.
과거 : 아 정말 힘들다. 아 정말 하기 싫다. 이왕 하는거 참고 한번 해보자.
현재 : 아 한번 해볼까.
얼마전 식스맨 방송분에서 멤버들이 멋진 슈트를 입고 등장했습니다.
과거의 방송분이라면 그런 멋진복장의 모습이 어색하고 재미있었겠지만, 이젠 정말 잘 어울리네요.
쫄쫄이가 어색하고, 슈트가 어울리는 무한도전 멤버들.
어울리는 슈트에 어색한 초심이 불편합니다.
2.
무한도전을 지키는 멤버들.
무한도전 멤버들에게 있어, 무한도전이란 대기업의 영향력 있는 부서원으로서의 직함과 같은 것이 아닐까 합니다.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직장에서 퇴직을 경험한 분들이라면 이해하겠지만,
무한도전이 폐지될 경우, 유재석을 제외한 무한도전 멤버들이 지금과 같은 위치에서 지금과 같은 역량으로 지금과 같은 조건으로 방송활동을 할 수 있을까? 의구심을 갖습니다.
무한도전의 최대강점은 오랜시간 동일멤버들이 함께 해오고, 오랜시간 이를 지켜보며 함께 해온 시청자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캐릭터가 질린다. 시청자가 정으로 본다 등의 문제점들은 지속적으로 노출되어 왔던 것이고,
또 다른 문제는(지극히 개인적 판단) 보이지 않게 자신들과 어울리지 않는 성향의 인물과의 관계를 꺼려한다입니다.
과거 전진의 등장으로 도전을 잘하는 멤버가 등장하였고, 이로 인해 기존 멤버들의 몸개그가 별 것 아닌 억지로 재미를 상실하였습니다.
조금은 웃자는 이야기로 '너가 그렇게 잘하면 우리가 뭐가되냐?' 라고 다른 멤버들이 말하는데, 농담이라기 보다는 기존 멤버들의 공통된 불만이라고 느껴지더군요.
이와같이 무도 멤버들 사이에는 우리에게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면 함께 할 수 없다라는 생각이 비춰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아마도 현재의 무도멤버들간에 탄탄한 관계가 유지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필요했고,
결국은 현재를 만들기 위한 노력과 결과를 지키고 싶은, 무도 멤버로서의 위치를 유지하고 싶은 것이 아닐까 합니다.
이러한 부분이 여실히 들어난 것이 식스맨 방송편이었습니다.
'무도와 어울릴 것 같은 멤버는' 이라는 조건을 깔고, 이중에서 제작진과 멤버들이 어색하지 않는 멤버들을 한차례 더 걸러 식스맨 후보를 선발하였습니다.
이중에서 유독 눈에 띄는 사람이 바로 '장동민' 이었습니다.
장동민이 눈에 띄는 이유는 무한도전이 추구하는 리얼버라이어티와 맞지 않는, 기존 무도 멤버들과는 차별화된 방송인이기 때문입니다.
장동민이 기존에 출연한 리얼버라이어티는 무도가 추구하는 착한예능과는 상반된 것으로, 정제되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싱싱함이 있는 무도의 리얼에서 진화된 형태의 리얼버라이어티로, 정체된 무도멤버들이 원치 않는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인물입니다.
워낙 정체된 고유성을 유지하는 무한도전이기 때문에, 누구든 무도에 합류하면 유재석화 된 방송인으로 무도에 변화를 만들지는 못할 것이다라고 생각하지만,
장동민이라면? 장동민이라면 혹시 가능하지도 않을까? 라는 기대를 갖게 되었습니다.
아마 무도 멤버 선발과정에서 장동민이 많은 지지를 얻은 이유는 바로 이러한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현재의 자기 위치를 고수하면서, 현재의 일상을 유지하고픈 정체된 무도멤버들에게 변화와 위기를 줄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수평적 조직구조에서 많이 나오는 경영방식으로(퍼거슨이 자주쓰는),
같은 포지셔닝에서의 지속적 경쟁으로 안주할 수 없는 위기상황을 만들어 개인의 발전과 조직의 발전을 만들어냅니다.
현재의 무한도전. 무도 멤버들의 위치를 고수하기 위해 무도 멤버들이 쌓아올린 그들을 위한 성이 아닐까 합니다.
무도 멤버님들 과거에 무엇을이 중요한 것은 아니에요.
지금 급여를 받지 않고 일하는 것도 아니잖아요.
어제 골을 넣어 팀을 승리로 이끌어도, 오늘 한골도 못넣으면 비판받는 것이 프로입니다.
직장인도 똑같아요.
지난달의 성과가 좋아도, 이번달의 성과가 좋지 않으면 위기인 것이 직장인입니다.
그래서 퇴근해도 뭔가 다른 발상과 새로운 스킬을 위해 공부하는 거에요.
그만 엄살부리세요.
도전이라 말하고 있지만, 나아가길 거부하는 것이 무한도전 멤버들입니다.
3.
유재석의 한계.
무한도전과 런닝맨의 특징이,
어떤 방송편을 보아도 두 프로그램 출연자 별 방송멘트와 억양이 유사하다는 것입니다.
'아이 진짜', '아 정말', '왜 그래요', '이게 뭐야?' 등등....
(유재석의 경우 같은 멘트를 반복해서 말하는데, 재미를 위해서라기 보다는 편집을 위해 반복멘트를 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두 프로그램을 보지 않고 귀로만 들으면, 몇회의 방송분인지 모를정도로 오디오가 비슷합니다.
런닝맨의 경우는 배경만 다를뿐 상황도 유사합니다. 특정 상황에 맞춰 나오는 멤버들의 멘트들.
마치 로봇과 같습니다.
개인적인 판단으로 이러한 이유는, '유재석이 요구하는 리얼버라이어티와 유재석이 요구하는 방송 캐릭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무도의 멤버들은 초창기부터 키워온 탄탄한 캐릭터들이 있기때문에 유재석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지만,
런닝맨의 경우는, 빠른 방송포맷을 완성시키기 위해 유재석이 멤버 개개인을 코칭하며 캐릭터와 상황별 리액션을 완성시킨 것이 아닌가 보여집니다.
이러한 유재석의 노력을 유재석의 한계라고 말하는 것은,
실패하지 않는 안전성으로 승부하기 위해 자연스러운 발전과 변화의 흐름을 유재석이 차단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다르게는, 유재석의 리얼버라이어티는 한계에 직면했다라고 말 할 수 있습니다.
종연된 케이블 방송 '시간탐험대'나 '개식스'와 같은 예능은 이미 무하도전의 리얼버라이어티 한계를 넘었습니다.
두 프로그램의 문제라면 케이블이라는 시청한계와 시청자가 수용할 수 있는 범위를 앞서나갔다 입니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돌아보면, 단지 실험적 단계의 예능이 아닌, 오늘날 TV를 시청하는 시청자가 요구하는 리얼버라이어티 눈높이가 아닐까 합니다.
요구하는 리얼버라이어티의 눈높이는 변화하는데,
유재석의 리얼버라이어티의 눈높이는 변화하지 않습니다.
착한 예능이라는 이미지로 포장되어 유지되나, 케이블의 리얼버라이터 프로그램과 비교할 때 더이상 리얼이라고 할 수 없는 6명의 꽁트프로그램이 무한도전의 현재 모습입니다.
정리해서 말하면,
유재석에게는 유재석만의 리얼버라이어티는 무엇인가에 대한 정답이 있고,
스스로가 정의한 정답을 완성하기 위해 노력한다 입니다.
스스로가 완성시킨, 스스로가 생각하는 리얼버라이어티를 다른 멤버들에게 요구하기 보다는,
스스로가 지금의 것을 포기하고, 새로운 도전의 일개 멤버로서 새롭게 시작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4.
영웅심에 도취된 무한도전
무한도전의 어릴때 모습은 한없이 가볍고 가치없는 몸동작에 생각없이 웃어버리는 것이었습니다.
예능다운 예능이었습니다.
어느순간부터 무한도전은 정의감을 앞세워 영웅심과 명예심에 도취된 것이 아닌가 합니다.
사회정의 실현, 부정한 사회비판 등등 무언가를 하고 있지만,
치명적인 문제가 바로, 모두 진정성 없는 이벤트라는 점입니다.
(차라리 폐지될때까지 끝까지 뭔가 바꾸려 했던 이경규가 간다가 좋았습니다.)
단발적인 이벤트이면서 동시에, 새로운 부분을 조명하기 보다는 이슈에 편승하는 편이었으며, 무엇하나 결말없이 이벤트성(단발적)으로 시행했습니다.
지금의 무한도전은 가볍지 않고, 불편한 연기로 가득합니다.
늘 보아왔던 패턴의 반복은, 리얼일지라도 리얼이 아닙니다.
무한도전의 제작진과 무도 멤버들이 고마운 것이 있다면,
프로그램을 통해 방송과 감사함의 표현 두가지를 모두 하려하지 말고,
방송은 방송으로, 사회환원은 각자의 방식으로 했으면 좋겠습니다.
겸손한척 하지만 겸손하지 않고,
뜨거운척 하지만 열이나지 않는,
공감한척 하지만 하던대로 하는,
도전한척 하지만 도전하지 않는,
리얼인척 하지만 리얼하지 않은 무한도전님께.
이상 절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