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누나는 자아도취 성향이 강하다.
그런 누나를 보고, 5살 첫째 조카가 말했다.
"지가 지보고 이쁘다 말하는 건, 이쁜 게 아닌기라"
스스로를 아티스트라 말하는 이들이 있고,
스스로가 만든 것을 명품이라 말하는 이들이 있다.
아티스트도, 명품도 자칭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타인이 인정하고 불러 줄 때, 비로소 아티스트, 아트, 명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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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