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기 房学基 1944년 11월 3일
선은 다양하다.
시작과 끝이 있기도, 시작과 끝이 연결되기도, 시작과 끝없이 나아가기도.
방학기의 선은, 내면을 외부로 끌어내는 선이다.
개인적으로 방학기는 제대로 조명받지 못한 천재라고 본다.
한국의 근현대소설작품들을 만화로 표현한 방학기의 작품을 보면,
시대의 비참한 인생사에 피와 살을 더해 현장의 생생함을 도려내듯 표현한다.
그의 그림을 장시간 보고 있으면,
너무나 비참한 아픔에 공감하기 보단 외면하고 싶은 아찔한 현기증이 밀려온다.
방학기의 그림은 동양화적 필력을 바탕으로 하나,
이전에도 동시대작가들에도 현시대에도 볼 수 없는 그만의 고유한 화풍이 있다.
만화의 형식안에 구상적 표현으로 존재하나,
수많은 바늘이 보는 이의 눈을 관통하여 내면을 후벼 파듯 아픔을 전달하는 추상적 강렬함이 있다.